생태계의 보고,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숲 인근에 남양주시가 가구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광릉숲은 조선 7대 세조의 왕릉이 있는 광릉의 부속림으로 550년간 보전되어 온 곳으로, 그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0넌 6월에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현재 가구산업단지 대상지역을 보면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 산1-1번지 일대(56만㎡)로 광릉숲과는 짧게는 1.5km, 길게는 2~4km정도로 매우 가까운 곳이다. 면적으로 보면, 현재 마석가구단지(49.5만㎡)보다 조금 넓어 가구단지 전체 이전까지도 염두에 두고 추진한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근데 왜 하필이면 광릉숲 근처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광릉숲은 생물종 다양성 면에서 단위면적당 국내 최대 생물종(약 6,112종)을 보유하고 있어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생태적, 환경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 우리나라 최고의 숲이다. 경기도 포천시, 남양주시, 의정부시에 걸쳐 약 24,465ha(여의도 면적의 29배)를 차지하는 광릉숲은 수도권 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매일 수많은 국민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가히 미래세대의 생태적 유산이라 할 만하다.
현재 남양주시(시장 조광한) 계획에 의하면, 오는 8월까지 사업화방안 수립용역을 완료하고, 10월까지 타당성조사 용역을 완료할 예정으로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남양주시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주민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고, 주민들의 반대의사를 억누르고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어 사업추진을 둘러싼 개발이익 등 여러 가지 의혹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정책과 사업에는 목적과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이번 광릉숲 인근 가구산업단지 추진 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정책의 목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보도자료 등을 통해 확인된 답변들을 보면 궁색하기 짝이 없다. 가구단지에서는 기본적으로 미세먼지, 소음, 진동, 불법 소각 매연, 병해충, 접착/도장용 유해화학물질 등 다양한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마석가구단지의 경우도 지난 10년간 (2008~18년) 불법 소각 및 도장 등으로 인한 민원건수는 약 1만 4천여 건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연히 생활하수와 폐수도 상당량 발생하고, 물류, 운송 과정에서의 교통문제도 심각해진다. 특히, 가구용 수입 원목 등에는 우리나라에는 천적이 없는 미생물, 곤충, 해충, 외래종들이 다량 묻어올 가능성이 높다. 수입 단계에서 최대한 방역과 소독을 한다고 하지만, 전수 조사가 어렵고, 만에 하나 병해충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가 유입된다면 주변 생태계는 치명적일 수 있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라도 이런 일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지만, 그 확률적 가능성이 하필이면 광릉숲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는 이런 사업 구상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며, 위험천만한 일이다.
지도의 위치로 보면, 북동풍이 좀 불면, 광릉숲 지역과 국립수목원, 봉선사 쪽으로 각종 미세먼지와 유해물질과 알 수 없는 동식물 포자들이 날아들 수도 있다. 현재 광릉숲 인근 지역은 병해충 방제에도 불구하고 매년 외래종 수목들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데, 목재를 많이 다루는 가구산업단지가 들어선다면 광릉숲은 소리 없이 서서히 변해가고 급기야 생태계 파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양주시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가구산업단지의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마석가구단지를 3~4 구역으로 나누어 단계적 지역 재생(再生) 방식으로 친환경 방식으로 개선해나가는 방법이 있다. 마석가구단지에 입주해 있는 회사들이 스스로 사업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환경관리에도 만전을 기한다면, 그리고 남양주시가 이들을 적극 돕고 견인해 나가는 행정을 펼친다면 주민갈등, 지역갈등 없이도 마석가구단지의 리노베이션(renovation)이 가능하다. 이 방법이야말로 지역도 살고, 경제도 살고, 환경도 살고, 주민도 살고, 광릉숲도 사는 길이다.
지금 광릉숲은 심신이 지치고, 치유가 필요한 많은 국민들의 마음의 안식처요, 건강의 보루다. 전국에서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숲길을 걷기 위해 찾아오고, 자연의 고마움과 위대함을 몸소 느끼고 돌아가는 성지(聖地) 같은 곳이다. 남양주시의 행정적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 이전 대상지가 수백 년간 보전해 온 광릉숲 지역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최근 광릉숲에 걷기 좋은 숲길도 새로 생기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국민들이 편한 마음으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숲이 주는 아늑함을 느끼고 싶어 찾고 있는데, 이 무슨 엇박자 행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광릉숲은 남양주, 포천, 의정부만의 숲이 아니라, 전 국민의 숲이고, 더 나아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록된 지구촌을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이다. 더 큰 국민적 비난과 저항을 초래하기 전에 남양주시는 광릉숲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구산업단지 추진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2019.6. 25
광릉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준), 녹색연합, 생명의숲, 환경정의, 환경운동연합
환경연합운동 홈페이지에서 옮겨온 글 http://kfem.or.kr/?p=20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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