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데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집에만 있기엔 아까운 휴일이라
대충 아점을 먹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오니 향긋한 꽃내음이 풍긴다.


꽃도 예쁘지만 초록초록 새싹도 너무 예쁘다.

징검다리 건너 부평 배드민턴장으로 오니
잔다가 비를 머금어 황금빛으로 보인다.
황금빛의 금잔디를 보니
김소월 시인의 시가 생각나네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님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홍송의 가지가 찢어져서
톱으로 잘라버렸는데
잘린 단면이 이렇게 진한 붉은색일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저 붉은색을 보니
나무도 많이 아플 것 같은 생각이~~~
추가 : 홍송의 단면이 붉은 것은 부러진 가지를 잘라내고 균이 생길까 봐 약품을 발라 놓은 것이라 한다.



여기는 맨발 걷기 하기 좋은 곳이다
지난번에 여기 와서 맨발 걷기 했었는데
맨발 걷기하고 나면 오히려 발이 가벼워지고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야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그러고 보니 내가 학창 시절
김소월 님의 시를 엄청 좋아했던 거 같다.
소월시집을 달달 외우고 다녔던 생각이 난다.
자연은 스스로가 간격을 유지하여 방해되지 않고 상처받지 않게 저만치 떨어져 있나 보다.
그러고 보면 사람도 자연에게 배울 점이 참 많은 것 같다.

능선길에 진달래가 많이 보인다.
전에 산불 났던 자리에도
진달래가 많다.
예전 어떤 책에서 읽은 글이 생각난다.
산불이 나는 건 안타깝지만
생태계가 다시 살아난다고 했던 거 같다.
숲이 울창하면 작은 나무들이 없지만
산불이 난 자리엔
작은 생명들이 먼저 자란단다.
작은 풀과 꽃들,
작은 나무들이 먼저 자란단다.
그래서 진달래도 더 많은 것일까?




이렇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
등산은 처음인데
은근히 걷기가 좋다.
공기도 깨끗하고
나무향도 좋고
먼지도 없고
낙엽이 적당히 젖어 미끄러지지도 않고
길이 더 폭신폭신하다.
그래서인지 우산을 쓰고 걷는데도
전혀 힘들지가 않다.
새로운 발견이다.

생강나무 꽃이 아직도 노랗게 피어있다.

다 내려오니 왕숙천이 시원하게 보인다.




벼락소 산책로로 나오니 매화와 산수유가 반겨준다.




나무 아래 앙증맞은 제비꽃이 보인다.
집에서부터 걸어서 벌안산 한 바퀴 돌고 오니 13,000보 3시간 걸렸다.
저는 남들보다 시간이
보통 1.5배에서 2배는 더 걸리는 것 같다.
남들보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자연과 함께하고 공감하는
그 시간이 참 좋다.
드문드문 핀
진달래 꽃길을 걸어서인지
전혀 힘들지 않고
너무 좋은 산책? 등산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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