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읽는 베스트셀러라 읽어보았다.
제목만 보았을 땐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인가 했는데
막상 책을 접해보니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엮은 책이었다.
장편소설 아니면 자기개발서,에세이를 주로 즐겨 읽었는데
단편소설을 읽어 본지는 참 오랜만이다.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기록에 남긴다는 일이 어찌 보면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간단하게라도 기록해 놓지 않으면 나중엔 까많게 잊어버릴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갈수록 깜박깜박하는 건망증이 심해지는거 같다.
오직 두 사람
대학교수인 아빠와 딸의 이야기이다.
한 가족이 엄마, 아빠,오빠,주인공 현주, 그리고 여동생 이렇게 다섯 식구 중에
아빠는 유난히 현주만 이뻐한다.
현주는 그런 아빠가 좋았다.
또래 남자애들을 만나도 아빠처럼 멋있어 보이지 않고 시시해 사귀질 않는다.
그리곤 가족들은 아빠와 현주만 남겨두고 두 사람의 곁을 떠난다.
아빠의 지나친 사랑과 아빠밖에 모르는 현주는 사회 부적응자가 돼버린다.
현주의 세계엔 아빠와 현주 오직 두 사람 밖에 남지 않았다.
현주는 나이가 점점 들수록 아빠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만 한다.
아빠의 여자 문제까지 겪게 되고 암에 걸린 아빠의 병간호에 삶이 버겁게 느낀다.
그래서 현주는 엄마와 동생을 찾아 미국에 간다.
엄마와 동생은 반가워하고 잘해주려 하지만 그곳에서 적응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리고 아빠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아빠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현주만 남는다.
이젠 현주도 비로소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인 거 같다.
아이를 찾습니다.
단란한 한 가족이 마트를 갔다가 아이를 잃어버린다.
부모는 아이를 찾기 위해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전단지를 돌리고 아르바이이트를 하며 전전긍긍 삶을 이어간다.
엄마는 조현병이 심해져 혼자 둘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생활은 궁핍할 때로 궁핍해 있던 어느 날 아이를 찾았다는 뜻밖의 소식을 접한다.
10년 만에 아이를 찾았건만 내 아이가 아닌 거 같고 아이만 찾으면
예전의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허상이 되었다.
10년의 세월은 아무도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아이를 잃으면서 처참하게 되어가는 한 가족을 보는 거 같아
읽은 후에도 마음이 무겁고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인생의 원점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힘든 순간을 겪을 때마다 서진은 돌아가고 싶었다.
인생의 원점. 자신이 떠나온 곳. 사람들이 흔히 고향이라 말하는 어떤 장소로.
그가 누구인지 모두가 아는 곳으로.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지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인아를 만나기 전까지는...
우연히 인아를 만나고는 인아가 자신의 원점이라 생각한다.
"너를 안 만났으면 좋았을 걸." 인아는 행복감을 그렇게 토로한다.
서진도 "네가 내 원점이야."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인아는 결혼을 하였고 가정폭력에 온몸이 시퍼렇게 멍투성이었다.
서진은 인아에게 진단서도 떼어 놓고 경찰에 신고도 하라고 하지만
인아는 문제를 확대시키기를 원치 않는다.
"제발 그러지 마. 널 만나는 순간이 내겐 유일한 숨구멍인데..."
도와주고 싶어 하는 서진에게 인아는 이렇게 말한다.
"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큰 차이가 있어.
대부분의 사람이 그래. 지금은 날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겠지만 말이야.
물론 그 마음이 진심이란 것 알아.
하지만 진심이라고 해서 그게 꼭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어."
서진은 인아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 놓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인아에겐 남편과 서진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거....
결국 인아는 자살하게 되고 서진의 인생의 원점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원점을 향해 힘차게 걸어가기 시작한다.
옥수수와 나
한 정신병원에 철석같이 스스로를 옥수수라고 믿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퇴원했는데 다시 정신병원으로 들어왔다.
"아니, 무슨 일입니까?" 의사가 물었다.
"닭들이 나를 자꾸 쫓아다닙니다. 무서워 죽겠습니다."
이 말의 의미가 처음에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이 글을 읽다 보니 이해가 된다.
옥수수라 말하는 사람은 소설을 쓰는 주인공이었고
허구한 날 찾아와서 글을 내놓으라고 쪼아대는 편집장과 출판사 사장은 닭이다.
우리 사회에서 옥수수는 약자이고 닭은 강자를 비유하는 것 같다.
사장은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뉴욕에 있는 자신의 집을 빌려준다.
그곳은 별거 중인 사장 부인이 사는 곳이다.
거기서 사장부인과 작가가 동거하면서 일이 벌어진다.
슈트
이 소설도 출판사의 한 동료 <지훈>가 어느 날 뉴욕의 한 탐정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뉴욕에 있는 지인의 집에 며칠 신세를 지면서 이어지는 스토리다.
지훈은 얼굴도 본 적 없는 생물학적 부친의 죽음을 뉴욕의 탐정으로부터 전해 듣고
뉴욕에 와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 나선다.
아버지와 동거한 여자를 찾아왔는데 또 다른 손님이 한국에서 왔다.
그 사람도 탐정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사람이다.
두 사람 중에 누가 부친의 아들인지 알 수 없어 부친이 남긴 슈트를 입어보고
잘 맞는 사람이 유골을 가져가기로 결정한다.
지훈이가 꼭 맞아 슈트하나 입고 유골을 가져온다.
두 사람 모두 유전자 검사를 하였고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최은지와 박인수
이 소설의 배경도 출판사다.
나는 출판사 사장이다.
시무식이 끝나자 최은지가 사장실로 찾아왔다.
최은지는 출판사의 여직원인데 아이를 갖고 싶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가졌다.
나에게 자기가 출산 휴가를 받을 수 있냐고 물으며 아이의 대부가 되어 주길 부탁한다.
최은지는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얌전한 거 같으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것은 해야 하는 성격인 거 같다.
나는 내키진 않지만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박인수는 예전엔 나의 동료였지만 지금은 다른 출판사 사장이다.
그는 암에 걸려 시한부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나는 그에게 찾아가서 최은지 얘기를 했다.
박인수는 최은지가 수작을 부린다고 잘라 버리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옛 애인을 찾아달라고 한다. 자기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그래서 나는 그의 부탁대로 옛 애인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만나고 싶다고 부탁을 하였지만 거절을 당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박인수를 만나러 왔는데
그곳에 애인이 병문안을 와서 박인수 앞에서 울고 있다.
결국 박인수는 봄에 죽고 말았다.
그리고 회사엔 내가 최은지의 아이의 아빠란 안 좋은 소문이 돈다.
며칠 후 회식자리에서 남자직원이 술을 마시고 내게 행패를 부린다.
자기가 최은지를 사랑했는데 사장님 나쁘다고...
다음날 그를 사장실로 불러 회사를 그만두게 했다.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서랍 속에서 백지를 꺼내 이렇게 적었다.
위선이여, 안녕.
신의 장난
이 소설은 취업을 하기 위한 4명의 남녀 <정은, 수진, 태준, 강재>가 회사 미션인 방을 탈출하는 게임이다.
처음엔 무슨 힌트가 있겠지 하고 서로 찾아보고 방을 나가려고 서로 노력해 보았지만 소용도 없다.
그리고 잠자는 동안 두 남자가 무시무시한 일들을 겪으며 더욱 공포스럽기만 하다.
취업을 위한 미션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점점 절망에 빠진다.
신의 장난일 수도 있다 생각하고 자기가 지은 죄를 다 용서해달라도 수진은 열심히 기도 한다.
어느 날 이들은 방을 탈출했지만 그 보다 더 못한 방에 갇히게 된다.
이젠 모든 희망이 사라져 버린 후에 정은이가 죽은 듯이 있자고 제안한다.
시체 놀이처럼...
자기들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 주인들의 눈을 속이자는 것이다.
다들 한 마음이 되어 그렇게 하기로 하고 물과 약을 먹는 것처럼 주인을 속이고 자는 척을 한다.
그리고 탈출하게 되고 미션 성공한다. 그리고 세계적인 대기업에 특채된다.
그리고 정은은 방송 출연을 하고 인터뷰를 한다.
뭐라고 말은 해야 할 거 같은 정은은
"우리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원했던 내일이다."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눈을 떤다. 꿈이었다.
그들은 아직도 철창이 있는 방에 갇혀 있다.
그렇게 그들의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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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들을 읽고 나니 더 마음이 착잡해진다.
읽긴 읽었지만 뭔가 시원치 않고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속이 답답하다.
절망스럽고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거 같고
무거운 돌덩이가 마음에 걸려 있는 기분이다.
어쩌면 우리 인생이 이 소설처럼 희망보다 절망스러울 수도...
이젠 이런 류의 소설보다는 희망적인 글들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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