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는 얼마쯤일까 볕이 완연한 때였다. 엄마가 텃밭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심고 있었다. 어린 나는 호기심에 참지 못하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이 풀들은 다 뭐야?" "풀이 아니라 이건 토마토고 이건 고추고 이건 가지고 이건 오이 모종이지." 어린 내 눈에는 풀이나 채소 모종이나 그게 그거처럼 보였다. 엄마는 널찍이 간격을 벌려 모종을 심었다. "엄마, 왜 이렇게 멀리 심어? 얘네들 심심하겠다." 엄마가 모종을 심다 말고 허리를 젖히고 웃었다. "가깝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란다. 지금은 멀어서 외롭겠지만 외려 고맙다고 그럴 걸.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울 때쯤에는 너무 가까우면 서로 다치고 상처를 입게 돼. 바람이 드나들고 통하려면 사이가 적당하게 벌어져야 해. 그래야 마음껏 가지를 벌려 열매를 주..